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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1949~ ) '바닷가 사진'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오는 '월간 인권' 2003년 10월호 표지엔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장화를 신은 한 성자가 바닷가 뻘밭 외로운 소나무 둥치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얼굴은 해풍에 씻긴 소나무 껍질처럼 일그러지고 키보다
긴 대나무 지팡이를 움켜쥔 손가락은 모두 잘리고 없는 한센병 할아버지 사진이었습니다.
햇빛이 굉음처럼 쏟아지던 어느 오후 나는 소록도를 길잃은 집게처럼 돌아다녔다.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앉아 있는 동안 배에서 먹던 모시떡
이 생각나 꺼내 들었다. 근처에 한 노인이 등을 돌리고 앉아있기에 다가가 떡 몇
조각을 건넸다. 그런데 뒤돌아 보는 그에게는 떡을 받아들 두 손이 없었다.
그 성자의 사라진 두 손이 진흙 같은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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