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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1966~) '창틀의 도마뱀 꼬리' 전문
개미들이 도마뱀 꼬리를 먹고 있다
급한 김에
꼬리는 두고 갔는데
그것이 개미들의 식량이 되고 있는 줄
도마뱀은 알고 있을까
개미들은 알고 있을까
그것이 벗겨진 신발이 아니라
누군가의 몸이었다는 것을
도마뱀 꼬리에서
걸레 썩는 냄새가 난다
견딜 수 없는 빵냄새를 향하여
개미들은 떼지어 몰려온다
햇볕 쨍한 창틀
무심코 창을 닫은 손길이
검푸르게 식어서 뜯겨나가는
몸뚱이 잃은 꼬리를 만들었다
아니, 빵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빵도 원래 누군가의 몸이지 않은가. 들판의 밀이나 벼를 베지 않고, 소나 돼지의 목을 치지 않고, 오늘의 한
끼니가 가능했을 것인가. 그러나 언젠가 땅에 묻혀 벌레들에게 썩어가는 몸을 바칠 수 있으니 그리 불공평한 일은 아니다.
'견딜 수 없는 빵냄새'를 향해 몰려드는 개미떼.
죽음의 냄새를 향해 갈 때 삶은 가장 맹렬해지는 모양이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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