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순(1955~) '비' 전문
하늘에서 투명한 개미들이 쏟아진다 (비)
머리에 개미의 발톱이 박힌다 (비)
투명한 개미들이 투명한 다리로 내 몸에 구멍을 뚫는다 (비)
마구 뚫는다 (비)
그를 떠밀면 떠밀수록 그는 나를 둘러싸고 오히려 나를 결박한다 (비)
내 심장의 화면에 투명한 글자들이 새겨진다 (비)
나는 해독하지 못한다 (비)
글자들이 이어져 어떤 파장을 그린다 (비)
새겨진다 (비)
하느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비?)
못 알아듣겠어요 (비)
이 전깃줄은 물이잖아요? (비)
비는 내리는 게 아니라 개미의 발톱처럼 와서 박힌다. 비는 어딘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몸으로 들어와 무슨 신탁처럼 새겨진다. 그러나 이 누수(漏水)와 누전(漏電)이 그려내는 글자들을 우리는 읽어낼 수가 없다. 다만 구멍 뚫린 몸이 그 파장에 따라 요동치고 있을 뿐. 그 사이에도 비는 괄호 속에서 계속 내리고 있다.
나희덕<시인>
- read more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양지쪽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산상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사랑 - 이해인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닭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비 갠 아침 - 이해인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가슴 2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비밀 - 이해인
-
凍夜(동야) - 김수영
-
가슴 1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부르심 - 이해인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