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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1954~) '화살' 전문
세상은 조용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화살은 단단하고 짧고 검고 작았다새 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
나는 화살을 들고 서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긴다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파왔다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 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
주위를 둘러보면 상처입힌 자는 없고 상처받은 자들로 가득하다. 보드라운 새 깃털 끝에 검은 쇠로 된 촉이 박힌 화살 모양을 보라. 그래서 화살을 던지는 자와 맞는 자가 서로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게 아닌지. 불현듯 내 책상 위에 떨어져 있는 화살 하나. 그것을 맞지 않고도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기는 것은 그 어쩔 수 없는 엇갈림 때문인지 모른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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