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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철(1953~) '인디오의 감자' 부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 인디오의 생활
스페인 정복자들에 쫓겨
깊은 산 꼭대기로 숨어든 잉카의 후예들
주식이라며 자루에서 꺼내 보이는
잘디잔 감자가 형형색색
종자가 십여 종이다
왜 그렇게 뒤섞여 있느냐고 물으니
이 놈은 가뭄에 강하고
이 놈은 추위에 강하고
이 놈은 벌레에 강하고
그래서 아무리 큰 가뭄이 오고
때아니게 추위가 몰아닥쳐도
망치는 법은 없어
먹을 것은 그래도 건질 수 있다니
갈수록 '시장' '자본' '집중과 선택' 등의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는 인디오에게나 현대인에게나 마찬가지
문제지만, 그 해법은 사뭇 다르다. 인디오가 여러 종자를 골고루
심어 자연이 허락한 대로 거둔다면 오늘의 세계는 전멸과 독점
사이를 오간다. 그들의 작고 둥근 씨감자 속에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이 있다는 시인의 말이 과연 소박한 낭만에 불과한 것일까.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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