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은영(1970~) '첫사랑' 전문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 갔다
푸른 물살을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숫자를 셈한다. 다섯 마리 같기도 하고 여섯 마리 같기도 하고 그냥 한 마리 같기도 하다.그런데 왜 소년은 목소매에 물고기를 넣었을까.양털로 짠 벙어리장갑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땐 겨울이 아니라 봄이었을까. 두마리의 하얀 송어도 송어일까. 그런데 두 마리의 송어는 왜 세 마리의 고기떼를 따라 갔을까.물고기들은 그 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을 만났을까. 물고기의 나라에도 전쟁과 굶주림이 있을까.물고기들은 어디까지 헤엄쳐 갔으며, 물고기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보라색의 수초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알을 뿌렸으며,물고기들은 어디쯤에서 헤엄치기를 멈추었을까. 헤엄치기를 멈춘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닐까….생각하다 보니 소년이 목소매에 물고기를 넣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85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98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28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54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67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90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8,007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96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63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906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508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9,018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90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9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27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63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26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816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65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709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17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41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