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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1960~) '노스님의 방석' 전문
노스님의 방석을 갈았다 솜이 딱딱하다
저 두꺼운 방석이 이토록 딱딱해질 때까지
야윈 엉덩이는 까맣게 죽었을 것이다
오래 전에 몸뚱어리는 놓았을 것이다
눌린 만큼 속으로 다문 사십년 방석의 침묵
꿈쩍도 않는다, 먼지도 안 난다
퇴설당 앞뜰에 앉아
몽둥이로 방석을 탁, 탁, 두드린다
제대로 독 오른 중생아!
이 독한 늙은 부처야!
내게도 방석이 있다. 4년쯤 깔고 앉았을 것이다.
방석을 보며 나는 그가 그저 방석이려니 하는 생각만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는지,그가 놓인 자리가 얼마
나 고약하고 낮은 자리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시를 읽으며 나는 내 방석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 또한 얼
마나 독이 올라 있었을까. 몽둥이로 방석을 털어내며 화자
는 그 미안감을 숨기지 못한다. 이 독한 늙은 부처야! 라는
시구는 화두에 가깝다. 미안하고 겸연쩍은 마음이 역설로
스며 있는 것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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