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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1958~) '꽃그늘' 전문
꽃그늘 속으로
세상의 소음에 다친 영혼
한 마리 자벌레로 기어갑니다
아, 그 고요한 나라에서 곤한 잠을 잡니다
꽃그늘에 밤이 오고
달뜨고
그리하여 한 나라가 사라져갈 때
밤눈 밝은 밤새에 들켜
그의 한 끼가 되어도 좋습니다
꽃그늘 속으로
바람이 불고
시간의 물방울 천천히
해찰하며 흘러갑니다
사월의 시간들은 꽃그늘 아래를 흘러간다. 꽃그늘 아래에서 천천히 해찰하며
한 세계가 태어나고 또 한 세계가 사라진다. 가슴 환해지는 그 시간…. 시인
은 기꺼이 한 마리의 자벌레가 되어 꽃그늘 아래를 소요하다가 밤눈 밝은 밤
새의 한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내가 누군가의 식사가 되어 사라진다 해도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해지는 시간들…. 사월의 꽃그늘 속에 신비한 그 시간
들이 있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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