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배(1940~) '노을' 전문
어디 계셔요
인공 때 집 떠나신 후
열한살 어린 제게
편지 한 장 주시고는
소식 끊긴 아버지
오랜 가뭄 끝에
붉은 강철 빠져나가는
서녘 하늘은
콩깍지동에 숨겨놓은
아버지의 깃발이어요
보내라시던 옷과 구두
챙겨드리지 못하고
왈칵 뒤바뀐 세상에서
오늘토록 저녁해만 바라고 서 있어요
너무 늦은 이 답장
하늘 끝에다 쓰면
아버지
받아 보시나요
소년은 반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아버지에게 답장을 쓴다.
주소도, 생사도 알 수 없으니 하늘 끝 빛나는 노을 언저리에
쓴다. 그러면 아버지의 영혼이 그 답장을 어디선가 읽을지도
모른다. 어디 계셔요? 어디 계셔요? 우리 모두 다시는 이런
아픈 가슴들 위에 상처를 덧내는 후레자식이 되지 말자.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280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66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17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41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5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76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9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81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50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0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85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82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91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99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0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12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46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13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96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2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25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95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06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31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