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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1958~) '조용한 이웃' 전문
부엌에 서서 창밖을 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닥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하게 많고 본 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오늘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
그리고 봄기운을 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떨구는 것이다
시집을 몇 권 구하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전에 시집들이 놓여 있던 자리에 시집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찾다가 한쪽 구석 무더기로 쌓아놓은 시집 더미를 본다. 신학기용 참고서 쌓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집 코너를 빌렸다고 종업원이 말한다. 수험용 참고서에 밀려나간 불쌍한 모국어의 파수꾼들. 얼마 전 시인의 연봉이 30만원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 있다. 열심히 일년 동안 시 발표를 하면 그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 것이다. 황인숙.김선우.진은영.장대송들의 시집을 무더기 속에서 찾았다. 얇게 저민 차가운 햇살 한두 줌과 잔잔한 바람으로 식사를 하는 내 조용한 이웃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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