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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아침 ] - '오늘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김기홍(1957~) '오늘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전문
포클레인 향타기 망치소리가 서서히 목청을 낮춥니다
얼굴엔 소금이 하얗게 익었습니다
비탈길 경운기 바퀴자국 같은 길이
해보다 일찍 기운 어깨에 선명합니다
타워크레인 너머 붉은 구름 토해놓고 해가 지고
옷에 묻은 한톨의 밥알에서 무한한 땀과 눈물을 보듯
잠시 고개숙여 당신을 생각합니다
아, 님이여
오늘도 하루를 살았습니다
한때 나는 한국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스무살이었고,
처음 시가 나를 찾아왔다. 거리 곳곳에 페퍼포그가 터지고 자유.굴욕.억압.임의
동행.고문.분신 같은 단어들 속으로 하루 해가 졌다.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한
사실은 그 어떤 절망의 날 다음에도 해는 솟구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왔을 때 스무살의 치욕은 당당한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지난 세기의 역사
속에서 민주화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한국인만큼 눈부신 진보를 이룬 민족은
없다고 가슴 뿌듯하게 느꼈던 것이다. 타워크레인 위에 펄럭이던 깃발, 옷에 묻은
한올의 밥알에서 무한한 땀과 희망의 눈물을 보던 그 시절이 지금 다시 그립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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