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일테면 후일담
나는 생각한다. 적당한 승리와 적당한 패배가 있었을 뿐이라고. 너희 엄살떠는 무리들이나 너희 희희낙락하는 무리들에게 역사란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없을 때 오로지 시간의 완강한 방향만이 지속적인 생을 보장할 때에만 아직 희망은 사라지지 않고 거대한 강은 상처투성이의 모순을 안은 채 용서하며, 사랑하며 흐르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수많은 죽음 위에 그리고 그보다 더 많았을 추억들 위에 절대로 제단할 수 없는 神만의 자리가 있고, 나는 절대로 어제의 나일 수가 없고, 변화야말로 모든 생명 있는 것 혹은 생명없는 것들의 본질이며 사랑에도 이끼가 끼고 녹이 슬게 마련이라는 것을 이 적당한 승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 만큼 이 적당한 패배가 우리를 슬프게 하고 그리하여 이 자유와 슬픔이 또한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란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흐르는 강의 어쩔 수 없는 힘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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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1955~ ) |
1955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14인신작소설집』에 단편「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해남 가는 길』,『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마음의 망명정부』, 장편 『풋사랑』『폭설』, 시소설『짜라투스트라의 사랑』,시집 『겨울 바다』『남해 엽서』등이 있으며, 1990년 제23회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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