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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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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으며,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이 있다.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 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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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되고 싶다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고 역사의 중심이 되어 우뚝 서고 싶은 것이다. 한 나라의, 사회의, 자신이 하는 일의 분야에서 모두들 중심이 되고 싶지 않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가만히 내면에 귀 기울여 본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랬다. 중심과 그 중심이 되지 못한 그 만큼의 거리로 인해 고백하건대 고통스러웠다. 욕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사랑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사랑이란 배경이 되는 일조차도 기꺼워 하며 또한 행복해 하기도 한다. 다 비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내 사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귀밑머리 하얀 어느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이제는 배경이 되고 싶은 사랑을 알만한 나이다. 그 옛날 배경으로도 행복해 하던 그런 것과는 또 다른 무엇이다. 내가 나와 조금은 화해를 했다는 차이다. 그러나 사실 꽃집에 가본 이들은 알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안개꽃은 장미가 한 송이라도 끼어있어야 더욱 빛난다는 것을.
9월 '이 아침의 시' 시 소개는 박남준 시인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박남준 시인의 촌평과 더불어 시의 향기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박남준 선생님은 1957년 전남 법성포에서 출생, 전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지를 통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집으로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1990), 『풀여치의 노래』(1992),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1995),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2000) 등과 산문집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1998) 등이 있습니다. 현재 섬진강이 흐르는 하동의 지리산자락 악양에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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