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의 한가운데 와 있습니다. 지금 바닷가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합니다. 복잡한 모래사장을 슬그머니 떠나 해송이 드문드문 심겨진 해안을 돌아 조향의 바다를 만나보세요. 새로운 바다입니다. 1940년대에 등장한 조향이라는 시인은 지금까지 우리가 듣고 있던 바다의 말을 낡은 아코디온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바다를 소개할 새로운 악기를 보여주는데, 어떤 악보도 없어 소통의 규칙이 없는 악기이군요. 그냥 마음을 가만히 두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가 저절로 나를 연주한다고 귓속말로 말하고 있습니다.
조향은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시에 실험한 최초의 시인입니다. ‘이미지는 절대와 본질에 통하는 유일한 통로요 탈출구다’ 라고 외치며 순수한 이미지를 그냥 읽으면 그만이라고 하였습니다. 누구라도 바다에 나가 마냥 마음을 놓아보세요. 그리곤 상상의 영역에 절대적인 자유를 부여하고 심층심리 속의 이미지를 가만히 꺼내보면서…… 우리가 애써 정리하고 조합하고 그리고 펼쳐 보여주려는 우리의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정복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