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 비바람”이 몰아치는 미루나무 숲의 광경은 그러나 폭력에 의해 이즈러진 비극적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천지를 휩쓸어오는” 비바람 속에서 나무들은 기쁨에 떨고 있으며 서로의 몸들을 있는 대로 부딪쳐 뜨거운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축제와 같은 숲의 현장에서 시인은 전혀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숲 전체의 움직임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몸의 발견’으로 이해한다. 벗은 몸들이 내뿜는 싱싱한 관능으로서의 생명성이 그 내용일 것이다. 나는 거기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인공 정원의 온갖 물질적 관계로 왜곡된 쾌락의 모습을 떠올리거니와, 그것에 대한 통쾌한 반어(反語)를 읽는다. 시가 발견한 몸의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몸은 우리의 삶을 하나의 잣대와 규격으로 가두고 있는 어떤 도덕이나 논리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벌거벗고 벼락 맞으러 달려나가고 싶다
시의 결절점이다. 삶의 껍데기를 이루었던 일체 허위를 벗고 “벼락”이 의미하는 활생(活生)으로서의 죽음을 건너 ‘알몸’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일탈의 세계로 가고자 하는 충동이나 정열 혹은 꿈은 자신의 현재의 삶에 대한 부정을 넘어 근본의 자리에 서기 위한 열망에 다름 아닐 것이다.
시인/박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