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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형님이 참 잔인한 사람이다. 언젠가 내게 말했다. 네 소설엔 물기가 부족해. 아마 요즘 식으로 말하면 2프로가 딱 부족하다는 뜻이겠다. 그 말이 참 모골송연하게 만들었다. 비수처럼 내 가슴팍에 와 박혔다. 그래도 그땐 정확히 몰랐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 그 말뜻 알만하니, 느닷없이 눈물이 흐른다. 울지 말아야 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 것이다. 고통을 피하지 말라는 뜻인가.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세계가 새롭게 열릴 것인가. 제미, 자신 없다. 나는 그저 오늘, 울고 싶다. 졌다. 그뿐이다. 세계여, 너 같은 것, 없어도 좋다. 네가 이겼다. 그래도, 그래도…
소설가/김남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