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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타는 목마름으로>이다. 시보다 노래가사로 먼저 그 시를 알았다. 비장감 넘치는 멜로디에 '민주주의여 만세'로 끝나는 그 노래를 한때 얼마나 많이 불렀던가. 최근에 그 시를 온전히 시로만 한번 읽어보았는데 시로서는 그다지 맛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80년대의 적지 않은 민중시, 저항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타는 목마름으로> 역시 미학적 울림보다는 '가열찬 구호'의 목소리가 너무 강한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 <서울 길>은 언제 읽어도 변함없이 뭉클하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나는 여배우 차화연이 떠오른다. 드라마 <삼포가는 길>의 술집 작부로 나왔고, 제목이 기억 안 나는 어느 영화에서는 백일섭에게 길들여지는 창녀로 나왔던 여배우 차화연. '무작정 상경'이 보통 명사이던 그 시절, 잘 돼 봐야 공순이 아니면 식모고 잘못 되면 창녀 되기 십상인 그 서울 길을 얼마나 많은 처녀들이 보따리 싸들고 올라갔던가. 그러나 이 시가 아름다운 건 사회성 짙은 그런 주제 때문만이 아니다. 추모시로 낭송하면 딱 좋을 듯한 단순하고도 굽이굽이 넘어가는 민요조 가락에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같은 처연한 표현들이 더 없이 맛깔스레 어울려 애틋한 서정의 미를 드리운다. 내가 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애송시 중의 하나가 이 시다.
소설가/임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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