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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인 최종천 시인은 적어도 불꽃 튀는 삶을 살고 있다. 서로 맞닿아야 할 것들을 이어주는 삶은 얼마나 소중한 생인가. 좋은 시는 이어주는 시이다. 좋은 삶은 손을 맞잡고 체온을 건네는 자리에 있다. 이 시가 힘을 갖는 것은 노동 현장에서 서로 오가는 장갑이 있기 때문이다. 손이 아니라 상처를 감싸고 동지애를 주고받는 장갑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상처가 또 한 사람에게 건너와서 꽃으로 핀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프레스의 꽉 다문 어금니가 보이는 듯하다. 박씨가 장갑의 검지를 일부러 접어 넣은 게 아니라, 장갑이 박씨의 몽땅한 검지를 우듬지 삼아 꽃봉오리로 맺힌 게 아닐까. 잘린 손가락을 감싸려면 겹꽃잎이어야 하리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이 시를 돌려 읽은 뒤, 친구들과 술집에 갔다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차가운 물수건을 펼치자, 거기에 박씨의 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부비고 내 손을 어루만지니, 내 왼손이 처음인양 내 오른손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문득 박씨의 검지가 내 검지 안에 들어와 술잔을 건네는 듯 했다. 최종천 시인의 용접 불똥이 거기까지 튄 것이다. 프레스처럼, 오래도록 입 다물고 있었다.
시인/이정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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