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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넘어 세상을 살아내고, 또한 주변을 이윽히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고독하고, 눈물겨운 일이다. 그러기에 고정희 시인은 <불혹>이란 시에서 사람 나이 마흔이면 침을 뱉어도 외롭다고 했던가.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이란 나날이 벼랑이고, 절벽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누가 당신과 나를 이토록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가. 뜨거운 핏덩이 혈육인가, 혈육보다 더 징그러운 자기생존의 이데올로기인가? 아니면, 천년만년 끝간데 모를 인간이란 이름의 실존적 고독의 상처인가. 무심코 스쳐지나가던 사랑들아. 질기디질긴 성욕처럼 끈질기게 달겨들던 그날 밤 파도와의 옛 추억들아. 그 파도를 붙잡고 싶지만 끝내 그리하지 못하고 따귀나 안겨주는 파도의 사랑에 몸부림치는 저 바보 같은 벼랑의 사랑법.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지칠 줄 모르고, 눈부신 그 푸른 고집으로 끝내 그 자신의 몸을 산산이 부서뜨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상으로 화하는 눈물겨운 벼랑의 변신. 여기에 우리는 이 시인이 주장하고픈 이 시대의 사랑법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을 죽여야만 그 지고지순한 대상(파도, 바다)으로 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 시인의 욕망이자, 삶에의 변증법적 증거이며, 새로운 삶을 다시금 열망하고픈 끈질긴 바람이기도 하다. 아, 돌아보면 서러운 눈빛의 사람들이여, 부디 오늘도 분투하시라.
시인/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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