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네 살
김지하
사랑 잃어버렸다 봄에 꽃잎 시들고 푸른 하늘 나직하다
아파트 모서리 날 선 내 마음 모서리 칼이 되어 아무나 찌르고 쑤시고 저도 가르고
아아
사랑 잃어버렸다 눈 침침하다
운다
길 양쪽 휘어져 가로수들 서로 맞절하는 오후 쓰린 가슴에 섬김을 배운다
저만큼 거리 두고 공경하는 법 공경으로 사는 법
나
이제 쉰네 살에.
|
|
김지하
1941년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에 「황톳길」 등 발표, 문단 데뷔.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등 수상. 시집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중심의 괴로움』, 『화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살림』, 『생명』, 『사상기행』,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 『김지하의 화두』,『김지하 사상전집』 등이 있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