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꽃 8
최두석
이루어진 지 스무 해쯤 되어 보이는 대숲에는 삼십대의 상인도 오십대의 품팔이도 들어가 섰습니다. 철모르는 어린이도 섞였습니다. 대숲이 술렁거리더니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걱이는 행진의 걸음마다 외마디 외침이 폭발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귓속으로 파고드는 이 소리는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소리가 부딪친 전방 바리게이트에서는 돌연 총포가 난사되었습니다. 이에 대나무들은 쓰러지며 대꽃을 피웠어요.
한 송이 피면 또 한 송이 거품 뿜으며 피고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우르르우르르 무리져 피는 피다가 모두 죽는 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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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서울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80년 『심상』에 시 「김통정」 등 발표. 시집 '대꽃'(1984), 서사시집 '임진강'(1986), '성에꽃'(1990),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1997) 등 간행. 엮은 책으로 '오장환 전집'(전2권, 1989)이 있으며, 평론집 '리얼리즘의 시정신'과 '시와 리얼리즘'(1996)을 간행했음. <오월시> 동인.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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