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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에는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 받은 것들이 모여 작지만 따뜻한 불을 피우고 있다. “새끼 오리, 헌신짝, 소똥, 갓신창(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끈의 한 종류), 개니빠디(개의 이빨), 너울쪽(널빤지 쪽), 짚검불, 가락잎, 머리카락, 헌겊조각, 막대꼬치 기와장 닭의짗, 개터럭 등속 시속에 등장한 사물들은 한때는 긴요하게 소용되었으나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것들이다. 이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피우는 모닥불을 쬐고 있는 인간 군상들을 보자. 버려진 물건들 못지 않게 초라한 인간 군상들이지 않은가. 그들은 다름 아닌 생의 변두리로 내몰린 민초들인 것이다. 재당(재종, 육촌), 초시, 문장늙은이(한 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더불살이 아이, 새사위, 갓사둔(새사돈), 나그네, 주인, 할아버지, 손자, 붓장수, 땜쟁이, 큰개, 강아지 등속. 모닥불을 쬐고 있는 이들은 나이의 구분도, 가족의 구분도 인간과 동물간의 구분도 없다. 모두가 상하 좌우 경계 없이 평등하다. 말하자면 이 시는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는 화해의 공동체가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다. 모닥불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지만 소외 받은 이들끼리의 말없는 가운데 이심전심의 끈끈한 연대와 우애가 들어 주목을 끈다. 백석의 대개의 시편들이 그러하듯 이 시 또한 이북 함경도와 평안 남북도의 감칠 맛 나는 토속어가 시의 서사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시인을 일러 “부족 방언의 마술사”라 칭하기도 하는데 백석은 이러한 시인의 정의에 에누리 없이 적용되는 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시인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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