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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만한 풍요'를 위하여
지난해 어느날 뜻밖에도 택배 선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생명의 쌀'이라는 포장으로 10kg짜리 작은 쌀푸대가 두 자루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는데, 어느 잡지에서 고료 대신에 보낸 정성이었던 것이지요. 순간,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어느날부턴가 이른바 '밥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자처해 왔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2월의 시골 풍경은 퍽이나 가난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신의 허기에 기갈들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은 제목도 제목이지만 시의 내용도 풋풋하면서도 알싸한 보리밥 한 그릇과도 같은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종로3가 허리우드 극장 앞에 1천원짜리 국밥집 말입니다. 벌써 십수 년 전인가, 그 집에 국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날마다 잔칫밥 같은 축제 분위기를 느꼈다면 견강부회일까요? 시를 쓰고 사는 일이 위 시를 보노라면 참 간절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갑니다. 한 그릇의 '긍정적인 밥'을 위해 열심히 사는 당신께 이 시가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gohy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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