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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들은 고달프다. 한 가족의 부양을 위해 온몸으로 고투하는 가장들을 보라! 좀처럼 풀릴 줄 모르는 경제 한파가 그들의 어깨를 한없이 무겁게 한다. 가장의 권위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 먹고 사는 일의 지엄한 논리는 때로 사람살이를 비굴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소개되고 있는 시 속의 화자와 그의 가족은 참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온정이 살아있어 주목을 끈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최후 은신처이고 아늑한 정신의 거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집이 흔들린다는 것은 존재의 전부가 흔들린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 '밥'처럼 신성한 것이 또 있을까. 그 '밥'을 구하러 사립을 나서는 가장들에게 식구(식구란 무엇인가, 밥을 함께 먹는다는 뜻 아닌가)들이여, 진정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손을 흔들자. 자,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가장들이여! 어깨를 펴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집을 나서자! "비굴하게 시주 받지" 말고 정당하게 밥을 구하러 가자. <시인 이재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