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 백무산
홍수에 불어난 강을 힘겹게 건너서는 뒤돌아보고 가슴 쓸어내린다 벌건 흙물 거친 물살 저리 긴 강을
내게도 지나온 세월 있어 지나오긴 했는지 몰라도 뒤돌아보이는 게 없는 건 아직도 쓸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언제나 확인하고 확신하는 이 몸짓은 떠내려가면서 허우적이는 발버둥인가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한 시대를 잘못 꿈꾼 자의 강박일까 삶은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일까 이 생의 건너에는 무슨 땅이 나올까
많이도 쓸려왔을 터인데 돌아보면, 어째 또 맨 그 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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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무산 시인 프로필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등이 있으며, 1989년 제1회 이산문학상, 1997년 제12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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