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손바닥에 상추 펼치고 깻잎 겹쳐 그 위에 잘 익은 살코기 얹고 된장 쌈 싸 한입 가득 우물대는 사내 보는 일 그것 참 흐뭇하오 맑은 술 한잔 약봉지 털 듯 톡 털어놓고 마주 앉은 이에게 잔 건네며 껄껄대는 사내 보는 일 역시 흐뭇하오 그 곁에 젊은 여자, 호 불어 넣어준 제 아이 오물대는 입을 그윽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소.
유리벽 이쪽에서 나도 저리 해보리라 마음먹은 저녁은 신호등 떨어진 네거리처럼 무수히 흘러갔소.
-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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