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末伏(말복) - 김수영
시냇물소리 푸르고 희고 잔잔한 물소리
숲과 숲 사이의 하늘을 향해서
우는 매미
흙빛 매미여 달팽이는 닭이 먹고
구데기 바람에 우는 소리 나면
물소리는 먼 하늘을 찢고 달아난다
바람이 바람을 쫓고 생명을 쫓는다
강아지풀 사이에 가지(茄子)는 익고
인가 사이에서 기적처럼 자라나는 무성한 버드나무
연록색,
하늘의 빛보다도 분가못할 놈......
버드나무 발아래의 나팔꽃도 그렇다
앙상한 연분홍,
오무러질 때는 무궁화는 그보다 조금쯤 더 길고
진한 빛,
죽음의 빛인지도 모르는 놈......
거역하라 거역하라.....
가을이 오기 전에는
내 팔은 좀체로 제대로 길이를 갖지 못하고
그래도 햇빛을 가리킨다
풀잎끝에서 일어나듯이
태양은 자기가 내린 것을 거둬들이는데
시들은 자죽을 남기지만 도처에서
도처에서
즉결하는 영혼이여
완전한 놈......
구름 끝에 혀(舌)를 대는 잎사귀처럼
몸을 떨며
귀기울이려 할 때
그 무수한 말 중의 제일 첫마디는
[나는 졌노라......]
자연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말복도 다 아니 갔으며
밤에는 물고기가 물밖으로
달빛을 때리러 나온다
영원한 한숨이여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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