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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K.M에게) - 김수영
당신을 찾아갔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하여서였다
마침 당신은 집에 없고 당신의 아우만이 나와서 당신이 없다고 한다
부산에서 언제 올라왔느냐고 헛말같이라도 물어보아야 할 것을
나는 총에 맞는 새같이 가련하게도 당신의 집을 나와버렸다
그 아우는 물론 들어와서 쉬어가라고 미소를 띄우면서 권하였다
흔적은 없어도 전재를 입은 것만같은 (그렇게 그 문은 나에게는 너무나 컸다)
낡은 대문 사이에 매일같이 흐르는 강물이 오늘에야 비로소 꽉차있다
설움의 탓이라고 이 새로운 현실을 경시하면서도
어제와같이 다시는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결심하면서
자꾸 수그러져가는 눈을 들어 강과 대안의 찬란한 불빛을 본다
횃불로 검은 물속을 비춰가며 고기를 잡는 배가 증언처럼 다가오고
나는 당신의 아우에게로 뛰어가서 나의 [말]을 하지 못하는 나를 미워하였다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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