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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交日(영교일) - 김수영
나는 젊은 사나이의 그 눈초리를 보았다
흔들리는 자동차 속에서 창밖의 풍경이 흔들리듯
그의 가장 깊은 영혼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바람도 불지 않는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듯 나의 마음에서 수없이 떨어져내리는 휴식의 열매
뒷걸음질치는 것은 분격인가 조소인가 회한인가
무수한 궤도여
위안이 되지 않는 시를 쓰는 시인을 건져주기 전에
시이여
그 사나이의 눈초리를 보셨나요
잊어버려야 할 그 눈초리를
굸은 밧줄 밑에 딩구는
구렁이가 악몽이 될 수 있겠나요
무수한 공허 밑에 살찌는 공허보다
더 무서운 악몽이 있나요
시내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셨나요
그것보다도 흔적이 더 ㅇ벗는 내어버린 자아도
하! 우주의 비밀을
아니
비밀은 비밀을 먹는 것인가요
하하하..........
<195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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