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64 추천 수 0 댓글 0
가을 편지(시간의 얼굴 11~15) - 이해인
11
가을엔 가장 작은 들꽃의 웃음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습니다.
남 몰래 앓고 있는 내 이웃의 작은 아픔까지도 깊이 이해하며
그를 위한 나의 눈물이 기도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2
15년 전부터 내가 아껴 쓰던 열두 빛깔의 색연필을 깍아 이글을 씁니다.
이 연필들이 나의 손에 길들어져 조금씩 닳아 가듯이
나 또한 당신에게 길들어지며 담백한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13
가을엔 내가 잠을 자는 시간조차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좀더 참을 걸 그랬지, 유순할 걸 그랬지.'
남을 언짢게 만든 사소한 잘못들도 더 깊이 뉘우치면서 춧불을 켜고 깨어 있어야만,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은 가을밤.
당신 안에 만남을 이룬 이들의 착한 얼굴들을 착한 마음으로 그려 봅니다.
14
가을 길에 줄지어 선 코스모스처럼 내 마음 길에 수없이 한들대는 시심(時心)의 꽃잎들.
'따지 말고 그냥 두면 더한 아름다움일 것을'
- 이러한 생각이 시 쓰는 나를 괴롭힐 때가 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15
가을엔 지는 노을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조심스런 눈빛으로 매일을 살아갑니다.
당신과의 만남은 저 노을처럼 짧게 스쳐 가는 황홀한 순간과,
보다 더 긴 안타까움의 순간들을 남겨 놓고떠납니다.
그러나 오십시오. 아름다운 당신은 오늘도 저 노을처럼 오십시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2,748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13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169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657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182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165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224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171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04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20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121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30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03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31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14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24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22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658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155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150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43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129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135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142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