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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 김수영
남의 일하는 곳에 와서 아무 목적 없이 앉았으면 어떻게 하리
남이 일하는 모양이 내가 일하고 있는 것보다 더 밝고 깨끗하고 아름다웁게 보이면 어떻게 하리
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져도 좋다는 듯이 구수한 벗이 있는 곳
너는 나와 함께 못난놈이면서도 못난놈이 아닌데
쓸데없는 도면 위에 글씨만 박고 있으면 어떻게 하리
엄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곳에 사는 친구를 찾아왔다
이 사무실도 네가 만든 것이며
이 많은 의자도 네가 만든 것이며
네가 그리고 있는 종이까지 네가 제지한 것이며
청결한 공기조차 어즈러웁지 않은 것이
오히려 너의 냄새가 없어서 심심하다
남의 일하는 곳에 와서 덧없이 앉았으면 비로소 설워진다
어떻게 하리
어떻게 하리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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