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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에서 온 사나이(윤동주 론) - 천상병
1
깊은 밤
멍청히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방안은 캄캄해도
지붕 위에는
별빛이 소복히 쌓인다.
그 무게로 살짝 깨어난 것일까?
그 지붕 위 별빛 동네를 걷고 싶어도
나는 일어나기가 귀찮아진다.
가만히 귀기울이면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일까?
지붕 위
별빛 동네 선술집에서
누가 한잔 하는 모양이다.
궁금해 귀를 쭈빗하면
주정뱅이 천사의 소리 같기도 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리 같기도 하고
요절한 친구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닐 게다
저 놈은
내 방을 기웃하는 도적놈이다.
그런데 내 방에는 훔쳐질 만한 물건이 없다.
생각을 달리해야지.
지붕 위에는 별이 한창이다.
은하수에서 온 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겁이 안 난다.
놈도
이 먼데까지 와서
할일없이 나를 살피지는 않을 것이다.
들어오라 해도
말이 통하지 않을 텐데
그런데도 뚜렷한 우리말로
한마디 남기고
놈은 떠났다.
"아침 해장은 내 동네에서 하시오"
건방진 자식이었는가 보다.
2
비칠듯 말듯
아스름히 닿아오는
저 별은
은하수 가운데서도
제일 멀다.
이억광년도 넘을 것이다.
그 아득한 길을
걸어가는지
버스를 타는지
택시를 잡는지는 몰라도
무사히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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