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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선물 - 김수영
종로네거리도 행길에 가까운 일부러 떠들썩한 찻집을 택하여 나는 앉아있다
이것이 도회 안에 사는 나로서는 어디보다도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반역성을 조소하는 듯이 스무살도 넘을까말까한 노는 계집애와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부수수하게 일어난 쓰메에리의 학생복을 입은 청년이 들어와서 커피니 오트밀이니 사과니 어수선하게 벌여놓고 계통없이 처먹고 있다
신이라든지 하느님이라든지가 어디있느냐고 나를 고루하다고 비웃은 어제저녁의 술친구의 천박한 머리를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나는 중앙선 어는 협곡에 있는 역에서 백여리나 떨어진 광산촌에 두고온 잃어버린 겨울모자를 생각한다
그것은 갈색 낙타모자
그리고 유행에서도 훨씬 뒤떨어진
서울의 화려한 거리에서는 도저히 쓰고 다니기 부끄러운 모자이다
거기다가 나의 부처님을 모신 법당 뒷산에 묻혀있는 검은 바위같이 큰 머리에는 둘레가 작아서 맞지 않아서 그 모자를 쓴 기분이란 쳇바퀴를 쓴 것처럼 딱딱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시골이라고 무관하게 생각하고 쓰고 간 것인데 결국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아까워서가 아니라
서울에 돌아온 지 일주일도 못 되는 나에게는 도회의 소음과 광증과 속도와 허위가 새삼스럽게 미웁고
서글프게 느껴지고
그러할 때마다 잃어버려서 아깝지 않은 잃어버리고 온 모자생각이 불현듯이 난다
저기 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먹고 떠들고 웃고 있는 여자와 젊은 학생을 내가 시골을 여행하기 전에 그들을 보았더라면 대하였으리 감정과는 다른 각도와 높이에서 보게 되는 나는 내 자신의 감정이 보다 더 거만하여지고 순화되어진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구태여 생각하여본다
그리고 비교하여본다
나는 모자와 함께 나의 마음의 한모퉁이를 모자 속에 놓고 온 것이라고
설운 마음의 한 모퉁이를.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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