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흐름 - 천상병
  나는 수락산 아래서 사는데,
  여름이 되면
  새벽 오시에 깨어서
  산계곡으로 올라가
  날마다 목욕을 한다.
  아침마다 만나는 얼굴들의
  제법 다정한 이야기들
  큰 바위 중간 바위 작은 바위
  그런 바위들이 숱하고
  나무도 우거지고
  졸졸졸 졸졸졸
  윗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더러는 무르팍까지
  잠기는 물길도 있어서
  (내가 가는 곳은 그런 곳)
  목욕하고 있다 보면
  계곡 흐름이 그윽한 정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