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물 - 한용운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