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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의 詩(GARDENISTO)를 읽고 - 한용운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있는 작은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나는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에서 사무치는 백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花環)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해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이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 치지 마셔요.
무덤 위에 피묻은 깃대를 세우셔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서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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