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540 추천 수 0 댓글 0
계월향에게 - 한용운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랑합니다.
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恨)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대의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붉은 한(恨)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은 돌이키고자 합니다.
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고 드린 버들실이 되어서
꽃다운 무리를 뒤에 두고 운명의 길을 떠나는 저문 봄을 잡아매려 합니다.
나는 황금의 소반에 아침별을 받치고
매화가지에 새 봄을 걸어서 그대의 잠자는 곁에 가만히 놓아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속하면 하룻밤 더디면 한겨울 사랑하는 계월향이여.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146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66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04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12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44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74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65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80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49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0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77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63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86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8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78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05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40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0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77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6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25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95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0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28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