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녹원(鹿苑)의 여명
식목일에 - 오상순
-겨레의 반성과 참회를
햇병아리 솜털처럼 향기롭고
부드러운 봅바람은
우리들의 피부를 스쳐 한공(汗孔) 스며들어
심장을 건드리고......
저 아득한 동방에서 꽃수레를 몰아 조수처럼 밀려드는
봄의 정령
봄 여신의 그윽한 발자욱 소리 소리
감돌아 요란한데
정든 옛 고향 근역(槿域) 3천리
숭고한 장백산맥의 물결치는 흐름과 함께
망망무제(茫茫無際)한 삼림의 바다
굽이쳐 돌아가던
이 강산 이 국토
해방 10년 뜻밖에도
무지한 주인공들의 무자비한
난벌(亂伐) 도벌(盜伐)의 죄악은
어느듯 일망무제(一望無際) 황량 황폐를 거듭
백년이내에 사막을 암시하고 조종(조鍾)을 울리며
시시각각 허물어져만 가는 자토(자土) 암창하고 참혹한
이 강산 이국토
옛날만 여겨
이 강산 이 국토에
기화요쵸 만발코저
총총히 달려온
봄의 정령
봄의 여신
발 붙여 부접할 곳 바이 없고
그 입김 불어넣고
그 맥박 통하여
그 신비한 마술의 멋 깃들어 부릴 곳 바이 없어
대경실색 기막히고 맥 풀려
북바쳐 오르는 가슴 어루만지며
어이할 도리 없어
긴 한숨과 함께
꽃수레 되몰아
무색(無色)이 되돌아서는 처절한
그 뒷 모습이여
오 지나간 날의 꿈같이 화려하고 영예롭던 삼신산
이 강산 이 국토
금수강산의 끊임 없는 잔인한 비극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