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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구상 編
韓國文學史 (1983년 7월 25일, 서울)
복간(復刊)에 즈음하여
후기에 적혀 있는대로 이 시선(詩選)의 초판본은 공초(空超)선생께서 돌아가실 무렵 몇몇 문하(門下)들이 생시에 보여드린다고 서둘렀다가 이승을 떠나신 20여일 후에야 출간을 보았던 애절한 사연을 지닌 책자다.
그후 이래저래 자연 절판이 되어서 여러 번 재판을 주선해 보았지만 우리 출판계나 시단(詩壇)의 통념이 선생의 시업(詩業)을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을 비롯한 한두 편의 웅편(雄篇)을 제외하고는 개화기 신시(新詩)운동의 선구적 평가를 할 뿐 거의 외면하는 상태여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저러한 선생의 시에 대한 부실한 평가는 당신의 구도자로서의 철저한 행색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으니 즉 너무나도 거창하고 치열한 시정신이 이를 형상화(形象化)하여 작품으로 남기기 보다 자기 삶 자체로 체현(體現)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신시 80년사에 있어 자연서정이나 감각위주의 우리 시에서 선생의 시만큼 형이상학적 인식의 주체나 그것을 강열하게 표상화한 시는 없다고 하겠으며 이러한 측면의 새로운 조명은 우리 시뿐 아니라 우리 정신사에 있어서도 커다란 발굴작업이 된다 하겠다.
왜냐하면 한국의 오늘까지의 시의 주제나 주조(主調)란 고전들은 충군(忠君)과 정한(情恨)이요, 신시들은 민족과 같은 현실적 당위성이나 아니면 주정적(主情的) 주지적(主知的) 감각의 표출에 머물러 있는데 반하여 공초선생의 시는 어디까지나 <에토스>적이고, 존재론적이고, 구경적(究竟的)인 차원을 그 제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의 시에는 당신의 정신에 근저된 불교적 관념이 생경하게 노출되고 또 오늘의 시의 표상으로 볼 때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이것은 역시 앞서 말한 바 당신의 구도자적 면목과 시대적 격차에서 오는 것이라 하겠다.
오는 6월 3일은 어느덧 선생의 20주기를 맞는다. 선생을 회상으로 임할 때 생전에 가까이 모신 사람 중의 한 사람인 나에게도 마치 ?삼국유사(三國遺事)?나 ?고승전(高僧傳)?의 설화 속에 나오는 인물 같은 아득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선생의 그 투철한 정신주의나 행적이 오늘의 물질 위주의 기술사회 속에서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보다 선생은 이미 현세에서 영원을 사셨기 때문이다.
이번 기제(忌祭)를 기념해서 선생을 각별히 따르던 제자들 중 범아(凡兒) 박호준(朴虎準)님이 수고를 해서 유고 10편이 증보되고 사천(沙泉) 이근배(李根培)님이 상고(商賈)를 떠난 희생출판으로 복간을 하게되니 아마 저승에서도 당신은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축복하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본문 중 ?종교와 예술?은 근원(槿園) 이원섭(李元燮) 사백(詞伯)이 현대문으로 고쳐 주셨고 이번 증보유고 수집에는 만해사상연구소(萬海思想硏究所) 김종삼(金宗三)님의 협력이 컸었음을 밝혀 둔다.
1983년 4월 구상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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