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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벌레 - 김륭
나는 집이
없다 괜찮다, 없는 것도 있어야지
나를 슬금슬금 피하던 집은 갈수록 멀어진다
궁궐 같은 집을 물려받았더라도 나는
팔아 버렸을 것이다 복권이라도 당첨되어 집을 사면
처마 밑에 새끼부터 몇 마리 들여놓겠다던 아버지 앞에
숟가락도 놓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 가자, 도망가는 바람의 다리몽둥이라도 분질러
데려올 수 있는 그런 집이 아니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나는 왕릉왕릉, 릉, 릉, 밀고 다니는 사람
쇠똥을 굴리는 말똥구리처럼 집 없는 설움이란 말을 굴리면
지구보다 둥글고 큰 집이 나오고 한심해 죽겠다는 듯
나를 구경하는 벌레들이 보인다
아빠, 아빤 그 나이에 집도 없이 뭐 했어?
끝까지 들키면 안 된다 하나뿐인 딸아이마저
벌레가 될 테니까 죽은 듯 누워 있던 엄마가 그래야지, 하고
또 끓는다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된 요양병원, 당신은 나를
마치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생명체인 양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이젠 정말 사람을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시는 당신이 돌아올 수 없는 집
벌레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집, 없어서 참 좋은
집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나는
한 사람을 또 한 사람으로 꾹
눌러놓았다
ㅡ시집『나의 머랭 선생님』(시인의 일요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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