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의 오후 - 채수옥
백주 대낮,
주렁주렁 홍등 내걸고
웅크린 입술들 담장 밖을 모의한다
가시는 손톱 밑에 접었다가
허물어지는 심장을 움켜쥘 때까지
붉은 방울 흔들며
담장을 밀고 오는 저 장미의 자세로,
너를 탐해도 될까
열 개의 혓바닥 겹겹이 펼쳐
단숨에 네 입속으로 밀어 넣으면
장미가 질까
불륜이 필까
햇빛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비명
둔부에서 가장 빛나게 피고, 피어서
중심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굴러 떨어지는 우리는,
태양이 깨지도록 깍지를 끼고 국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