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사과는 발작을 일으킨다 - 이은유
어설픈 표정으로 서 있는 꿈의 나이에
가장 빛나야 할 시간은 어둡고 칙칙한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때를 황금기라 부르던가
나는 일찍이 황금기를 패배 속에 묻어 버렸다
반짝이다 사라질 순간도 용납하지 않은 패배가
늘 앞에 있었다 패배하기 싫었지만 피하고 싶은 것이
도망가고 싶은 것이 패배 속에 들어왔다
너무 무거운 것은 충격이 되어 가볍게 날아오르는가
너무 가벼워 때로는 발작을 일으키는가
선명하지 않은 꿈의 이른 아침에 활발하지 못한
암울한 이십대가 오고 있었다
나는 황금기를 거식증으로 시달렸다 오로지 먹은 것이 있었다면
아침에 먹는 사과뿐이었다 그때 먹던 붉은 색 사과는
위산이 분비되는 속을 더욱 쓰리게 했고 그 속쓰림은
그것은 광기였고 일종의 발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너무 정신적인 것은 위력 때문에 소화를 거부하는가
나는 자주 패배를 고백하고자 했다 치유의 방법으로 그러나
꿈의 명암을 놓쳐버린 시간도 때로는 깊고 진지했기에
지나간 과거는 그 속죄의 탓으로 잠시 푸른색을 띠었다
너무 어둡고 어설픈 탓에 빛나지 못한 과거가
그것이 가장 빛나는 내 고통의 달콤한 과즙 같은 한때였다고
패배는 상처로 남은 뒤에 잠시 푸른색으로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