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 피었다 - 강회진
언제쯤일까
십년도 더 지난 그때
날이 하 좋아
어쩌지 어쩌지 발 구르다가
서둘러 찾아간
선운사 입구 동백나무 아래
지금은 시인이 되어버린
동백처럼 여리고
동백씨같이 단단한 그녀와
가슴께로 떨어지는 낮달을 안주삼아
낮술을 마셨네
환한 봄볕 아래
꽃불처럼 피어오르던 얼굴 둘,
그때 동백에 얼굴을 묻고 동박새가 울었던가
안 울었던가
그때 그녀는 동백아가씨를 불렀던가
안 불렀던가
그때 우리는 막차를 타고
무사히 그 풍경을 빠져나왔던가
그예,
동백숲에 붙들렸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