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조율사 - 김유석
우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웅크려
풀이 휘는 반대편의 장력을 익힌다.
중심에서 멀수록 팽팽히 당겨지는 뿌리의 힘을
꽁무니로 빨아들여 체액과 섞는다.
몸통이 부풀고 섬모가 돋는 발에
무엇인가 끈끈하게 만져질 때
한 번 디뎌본다. 잎사귀가 휘저은 허공
주르르 내리는 것 같지만
수없이 겹쳐있는 바람의 나선들에 휘감기는
그 곳의 벼랑에서 집 짓는 법을 떠올린다.
집은 현장이다. 배고픔과 포획
공것 같은 기다림을 한데 걸어둬야 하는 그 곳은
가끔 저 조차 헛짚을 만큼 휘청거려야하므로
바람보다 질기고 유연한
풀잎과 풀잎, 그 흔들림을 얽는다.
중심은 늘 움직여야 한다.
흔들림을 따라 이동하는 평형감각을
풀잎을 당겨가며 줄에 입힌 후
말랑한 사각 틀마다 양쪽의 허공을 끼워 넣으면
살짝 들춰지는 망사 사이
파닥거리는 바람의 각선
저 거미, 지금 바람을 조율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