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 이서린
엄마의 그것을 보고야 말았다
차마 바로보기 민망한 순간
한 호흡 쉬고 바라보는데
문득 마주친 엄마의 눈빛
그 무성한 숲은 어디로 갔을까
지아비 받들고 새끼들 쏟아내던
깊은 우물과 숲을 거느린
엄마의 집은 언제부터 비었을까
할머니 이쪽 다리 들어보세요
예, 됐어요 이젠 반대쪽 다리
간병인과 함께 기저귀 갈다
처음 본 엄마의 오래된 집
수줍고 부끄럽던 한 시절 지나
햇빛 한 장에 드러난 해묵은 집 한 채
전설처럼 농담처럼 구구절절 사연 품고
엄마는 시원한 듯 아기처럼 웃었다
병실 밖 언덕에는 구절초가 지천인데
해는 저만치 산을 넘어가는데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
손을 잡고 노을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