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잡이 배 - 김신아
-속초 대포항 선창가에서
간밤
만선의 환희를 잊은 듯
선창가에서 졸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
엉킨 그물을 풀고 있는 여인의 손끝에서
비릿한 바다가 웃고 있다
등꽃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뱃머리의 엄청난 눈들
밤바다를 주름잡던 어부의 어깨가
무거운 바다를 모두 짊어지고 나서야
바다는 순순히 가진 것을 내놓는다
밤사이 뒤척인 탓인지
바다는 선창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황금을 낚듯 분주한 손놀림으로
엔진을 수리하는 선창가 사내들
진땀을 닦아내듯
흘러나온 검은 오일을 닦아낸다
오늘밤도
고른 그물 둘러메고 바다를 찾는 어부들
고된 노동도 잊은 채 저마다 꿈꾸는 풍어의 전설에
바다는 못이기는 척
제 품을 열고 수차례 더 몸을 뒤척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