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출학개론 - 마경덕
먼저 기분을 고르고 외출의 크기를 고른다
구두와 가방과 의상은 분위기와 장소, 대상에 따라 크게 부풀려지거나 축소된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핸드백에 담아들고 나가는 여성들
명품을 선호하는 패션은 대부분 전자에 속한다
외출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지갑이다
구두굽의 높이와 지갑의 크기를 계산하지 못한 외출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대로에서 넘어지는 것과 같은 것
더러는 감정을 포기하고
TV 앞으로 다가가지만, 그곳에는 백화점보다 더 노련한 쇼핑호스트가
신상품의 감정을 섞어 외출을 팔고 있다
유행에 예민한 여성들은
끼니를 거를지언정 외출을 거르지 않는다
수십 개의 넥타이를 두고 또 넥타이를 고르는 남자들처럼
외출을 고르는 것은 그날의 기분을 고르는 것
자주 끼니를 놓친 여자들은 안색이 창백하다
그러나 외출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쉽게 감정을 낭비한 사람들은 또 다른 감정이 쌓이게 마련,
그동안 구매한 과잉된 감정들은 옷장에 숨어있거나
침대 밑에 엎드려있다 집에 돌아온 외출은 늘 절반의 가격으로 계산되고
더러는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거실에 진열된다
잠시 맡겨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백화점
함부로 소비한 감정은 다시 되돌아온다
잦은 외출에 연체이자가 붙는다는 것을
여자들은 그때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