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그 사랑 - 이영춘
달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싶었다
담 모퉁이를 돌아가던 달 그림자 어께에 손을 얹듯이
천 년 동안 고였던 물방울들이 주르르 빙하를 타고 쏟아지듯이
그에게로 기울었던 장미꽃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눈물이고 싶었다
둘이면서 하나였던 푸른 빙벽의 길, 길 무늬 따라 무지개꽃 수 놓으며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길이 없어도 있는 듯이 길이 있어도 없는 듯이
고전의 문지방을 깨고 러시아의 백야에 홀로 서듯
우울과 생각이 잠 못 들게 하는 밤,
나는 몽상가처럼 저무는 창가에 오래도록 앉아
백야를 꿈꾸었다 그가 떠난 길 위에서 그와 만난 길 위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하여 백야, 너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