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을 위하여 - 오세영
사랑아,
너는 항상 행복해서만은 안 된다.
마른 가지 끝에 하늬 바람불어
푸르게 열린 하늘,
그 하늘을 보기 위해선
조금은 슬픈 일도 있어야 한다.
굽이쳐 흐르는 강,
분분한 낙화,
먼 산등성에 외로 서 문득 뒤돌아보는
늙은 사슴의 맑은 눈,
달더냐,
수밀도 고운 살 속 눈먼 한마리 벌레처럼
붉은 입술을 하고서 사랑아,
아른 아른 피던 봄 안개는,
여름내 쩡쩡 울던 먹구름 속의 천둥은
이미 지평선 너머 사라졌는데
하늬 바람 불어
푸르게 열리는 그 하늘을 위해선 사랑아
조금은 슬픈 일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