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그늘 - 함성호
바람과 헤어지고
돌아와
북한산에 산수유 벚꽃 보러 갑니다
아직 잠은 오지 않습니다
어제는 후원의 층층나누 그늘 아래서
식구들과 전을 부처 먹으며
놀았습니다
그게 답니다
가다 못 가면 쉬어 가지요
이젠 노래도 지쳤습니다
앞산 벚나무는 새 音을 찾았는지
유난히 환하게 숨어 있습니다
발마과 헤어진
바다로 가는 후박나무 길에는
연등이 줄줄이 걸려
중국집 남경관의 붉은 간판이
무색해집니다
사월 초파일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물결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무런 시절도 그리워하지 않고
나는 환한 한 송이 앞에서
잡니다
어두운 것은 그늘뿐입니다
그게 답니다